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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문화관광재단
공주갤러리 주간

공주문화예술촌 프리뷰전

우리 언젠가 만난적 있지요?

김노암(갤러리주간 예술감독)

공주문화예술촌 작가들의 프리뷰전 <우리 언젠가 만난적 있지요?>는 작가들 사이에 가능한 대화이지만 동시에 관객과 작가, 기획자와 작가 간에도 가능한 대화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창작스튜디오로서 공주문화예술촌 입주작가들 사이에 보다 흥미롭고 창의적인 사건을 기대하는 표현이다. 

 

‘우리 언젠가 만난적 있지요?’는 빔 벤더스 감독의 1987년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원제는 베를린의 하늘 Der Himmel über Berlin)에 나오는 대사이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베를린 하늘을 지키고 있던 천사가 인간의 삶과 죽음, 희로애락에 깊이 매료되어 스스로 날개를 꺽고 필멸의 인간이 되어 자신이 사랑하게 된 인간 여인(마리온)에게 처음 건내는 말이다. 천사였던 남자가 여성에게 “우리 언젠가 만난적 있지요?” 묻는 순간 이전까지 흑백이었던 세상이 찬란한 칼라로 가득한 세계로 변화한다. 이 환상적이며 아름다운 장면은 천사가 인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최초의 시간, 그 본질적 변화의 순간을 표현한 장면이다. 예술가이든 아니든 예술적 영감과 표현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순간, 즉 예술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놀랍도록 다채롭게 빛나는 세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예술적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예술적 경험과 세계를 분명하게 만들어내는 데에는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어려움을 견디고 그 사이를 보다 유기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결하려는 부단한 노력으로 채워진다. 이번 공주문화예술촌 입주작가들은 공주뿐 아니라 서울, 경기,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 연고를 둔 작가들이 모여 있다. 전시장은 익숙한 매체와 장르,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작업부터 낯설거나 기이한 이미지와 설치도 포함되었다.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에서 깊은 사유의 체험도 담겨 있다. 우리는 초대 작가들의 서로 다른 경험과 인식이 만나고 충돌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우리의 내면이 섬세해지고 보다 활력적으로 변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미래의 어느 시점 크게 성장한 작가들이 공주문화예술촌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주고 받을 것이다. “우리 언젠가 만난적 있지요?”. 예술은 미래가 현재나 과거보다 먼저 도래하곤 한다. 인간이 상상하고 신뢰해온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은 사실 예술적 사건과 세계에서는 다른 시간과 기억으로 채색된다. 이번 공주문화예술촌 입주작가들의 예술적 성취와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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